법률칼럼

[형사] 반도체장비 로비스트 사건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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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발생개요

    1) A씨는 반도체 장비 기술자로서 반도체 부품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따로 독립하여 회사를 차리고자 마음을 먹었다. 반도체 부품회사가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하여는 협력업체로 등록되어야 하는데, A씨는 대기업 담당 직원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고 마케팅을 진행할 사람이 필요하여 현재 재직 중인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의뢰인을 컨택하였다.

    2) A씨와 의뢰인은 2011년 08월 25일 A씨의 명의로 의뢰인 A씨가 생산하는 반도체 장비의 마케팅 및 판로 개척 영업을 하고 이에 대해서 장비판매 실적에 따라 대당 800,000원의 영업커미션을 지급받기로 하는 '시장 개발 양해각서'를 작성하였다.

    3) 그런데 A씨는 위 양해각서 체결 이후인 2011년 09월 30일이 되서야 반도체 부품을 개발, 제조 및 판매하는 법인을 설립하였다(B법인),

    4) 이후 의뢰인은 B법인의 제품을 S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S 회사의 임직원과 접촉하면서 마케팅을 진행하였고 B법인으로부터 성능테스트 결과를 받아 상의하여 결국 B법인은 S법인의 신규 반도체 라인에 총 174대에 장비를 납품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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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진행 과정

    1) 사건을 처음 받았을 때는 상당히 난감하였다. 우선 양해각서는 B법인이 아닌 '개인 A'라는 명의로 작성되어 있었는데 법률적으로 보았을 때 'B법인'과 'B법인의 대표이사인 개인A'는 별개의 주체였고 해당 문서는 B법인이 설립되기 전에 작성한 문서였으며 문서의 제목 자체도 통상적으로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양해각서' 였다.

    2) 또한 의뢰인은 자신이 S법인의 임원 및 실무진과 지속적으로 접촉하여 B법인이 S 회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되고 결국 S법인에 장비를 납품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지만, 직업의 특성상 명확한 문서로 의사소통이 오고 가거나 하지 않았기에 의뢰인이 B법인의 영업에 도움을 주었다는 부분을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도 부재한 상황이였다.

    3) 당시 연수원을 수료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른바 '판사병'에 빠져 있던 본인은 해당 사건은 무조건 패소할 사건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이른바 로비스트인 의뢰인의 청구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어 사건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법무법인 선배 변호사들이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라도 쉽게 패소할 것이라고 단정하면 안되고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일깨워 주었다.

    4) 우선 B법인이 설립 되지 않은 시기에 B법인의 명의로 체결되지 않은 계약의 효력을 B법인에게 귀속시키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였고, 설립중 회사의 법리, 제3자를 위한 계약, 추인 등의 법리를 단계적으로 구성하여 승소를 위한 논리적인 기초를 마련했다. 문서의 제목이 '양해각서'라고 하여도 계약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합의가 있고 손해배상 의무 및 해지 조항 등 당사자에게 법률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 판례에 따라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데, 다행히 본 건 양해각서는 그러한 내용들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상대방은 '양해각서'라는 표제에 꽂혀 계약의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을 강조하였다. [개인적으로 변호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경기를 홈에서 치르게 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함,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법리들 중에서 주어진 사실관계 및 증거를 가지고 가장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쟁점을 선점하여 해당 쟁점에 관해 공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명백히 판례에 반하는 주장을 강조하는 전략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5) 계약의 효력을 B법인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고 하여도 의뢰인이 어떠한 역할을 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의뢰인은 패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는데, 다행히 의뢰인이 업무일지를 작성하고 있었고 업무일지는 의뢰인 스스로 작성한 문서이기 때문에 증거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일자별로 정리하여 재판부에 의뢰인 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전달하였다.

    6) 우리에게는 증거가 없지만 상대방에게는 증거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우선 여러가지 주장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살폈고 상대방 또한 우리가 어느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부인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웠다. 진행하다 보니 상대방이 일정 부분 인정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부분을 잘 캐치하여 이를 근거로 구석명이나 문서제출명령신청을 통해 증거의 제출을 압박하였고 이와 동시에 세무서나 S회사에 사실조회를 보내 증거를 수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였지만, 상대방이 S법인에 174대의 장비를 납품하였다는 사실과 의뢰인이 주장한 S법인 관계자가 당시 S법인에 재직하고 있었다는 사실 등은 입증이 가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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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결과

    결국 재판부는 양해각서가 비록 B법인 설립 이전에 작성되었지만 1) 계약의 목적이 향후 설립될 피고의 필요를 위한 것이었고 2) 의뢰인이 S 법인 담당자를 소개시켜주었다는 사실 자체는 상대방도 인정하고 있으며 3) A씨가 의뢰인에게 마케팅 관련 도움을 받고자 성능테스트 자료를 전달한 사실(상대방이 제출한 문서로 입증됨) 등을 근거로 피고가 설립 이후 양해각서의 효력을 추인하였고 이 사건의 양해각서의 내용을 살펴볼 때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한 이후 실제 의료인의 업무수행 사실을 인정하여 의뢰인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위 판결은 대법원까지 진행되었지만 그대로 확정됨).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139,200,000원과 그 중 96,000,000원에 대하여 2016. 5. 5부터, 43,200,000원에 대하여 2017. 1. 24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판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