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1
길을 걷다가 떨어져 있는 지갑을 발견하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다른 승객이 물건을 두고 내리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경험, 아마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만약 저런 상황에서 지갑이나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죄가 될까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까요?
절도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구분 기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절도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의 구분 기준
절도죄란 타인이 소유한 재물을 영득할 의사로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란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이나 매장물을 영득할 의사로 횡령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입니다.
즉 절도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는 객체의 점유자 유무에 따라 구분됩니다. 가져간 물건이 타인의 점유하에 있다면 절도죄, 누구의 점유하에도 있지 않았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되는 것입니다.
▶2. 점유의 의미
물건이 타인의 점유하에 있는지 여부는 언뜻 보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점유자 유무가 문제되는 다양한 상황별 양상들을 살펴보면 그 판단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형법에서 이야기하는 점유란 재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말하며, 반드시 직접 소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점유자의 실력적 지배하에 있다고 보여지는 한 점유사실이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외출을 하여 집안의 물건들을 일시적으로 직접 소지하지 않고 있더라도, 집안의 물건들은 사회통념상 당연히 집주인의 점유하에 있음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빈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절취하는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이 아니라 절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실물에 대해서는 사회통념상 주인의 점유하에 있다고 볼 수 없는 걸까요? 유실물은 점유자의 실력적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집과 달리 물건을 잃어버린 길이나 공공장소 등은 점유자의 실력적 지배가 미치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죠.
주의할 점은 유실장소가 주인이 아닌 제3자의 배타적인 지배영역 내라면 그 제3자가 그 물건에 대한 점유를 새로이 개시한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3자도 ‘타인’에 해당하므로, 제3자의 지배영역 내에서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는 절도죄가 됩니다.
▶3. 개별적 사례
그렇다면 제3자의 배타적인 지배영역으로 인정되어 물건에 대한 제3자의 점유가 인정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대법원은 ① 당구장에서 누군가가 잃어버린 금반지를 주워서 처분한 종업원(88도409 판결), ② PC방에 두고 간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가져간 손님(2006도9338 판결) 등에게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아니라 절도죄를 인정하였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인 당구장 또는 PC방은 그 주인의 관리하에 있는 장소이므로 관리자인 주인의 점유에 속한다고 본 것입니다.
반면 대법원은 ① 고속버스 승객이 차내에 있는 유실물을 가져간 경우(92도3170 판결), ② 승객이 놓고 내린 지하철의 전동차 바닥이나 선반 위에 있던 물건을 가져간 경우(99도3963 판결) 등에는 절도죄가 아니라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고속버스 운전사 또는 지하철의 승무원은 유실물을 교부받을 권능만 있을 뿐 유실물을 점유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다만, 운전사나 승무원이 유실물을 현실적으로 발견하였을 때는 유실물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때는 그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가 절도죄가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폭행 또는 강간현장에 피해자가 떨어뜨리고 도주한 피해자 소유의 손가방’은 아직 피해자의 점유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어 점유이탈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84도38 판결). 또한 잘못 떨어뜨렸거나 잃어버린 물건이더라도 원점유자가 이를 찾을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점유이탈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 법률사무소 에이엘 주운 돈 가져가면 절도죄? 점유이탈물횡령죄? | 작성자 law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