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건의 경위
1. A 씨는 인터넷 자동차동호회 카페에 자동차 리스 승계를 원한다는 글을 올렸고, 한 성명불상자로부터 자동차 사진과 위 차량의 리스를 승계해주길 원한다는 연락과 함께 리스 승계 심사 담당자인 C 씨의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C 씨는 A 씨에게 리스 승계 심사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운전면허증 앞면 사진, 사업자등록증, 주민등록등본, 본인 명의 계좌번호 등을 요청하였고, A 씨는 C 씨가 요구한 개인정보를 그에게 모두 전달했습니다.
2. A 씨의 개인정보를 도용하여 C 씨를 포함한 성명불상자들은 H캐피탈이 운영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A 씨의 명의로 원금 1억 원, 이자율 6.9%의 고금리 대출을 진행하였습니다. H캐피탈은 대출을 승인하여 성명불상자들이 만든 A 씨 명의의 계좌로 1억 원을 송금하였고, 성명불상자들은 대출금을 받자마자 해당 금액을 모두 인출하였습니다. A 씨가 피싱사기를 당하고 1억 원이 대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3. 대출이 이뤄진 직후, A 씨는 거래중인 은행으로부터 휴대폰에 악성 앱이 감지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실제로 A 씨 휴대폰에 깔려 있는 여러 앱이 실행되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후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정보조회가 이뤄졌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으면서 의뢰인은 비로소 자신이 보이스피싱의 한 종류인 메신저 피싱에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4. 졸지에 1억 원의 빚더미에 앉게 된 A 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도 넣어보고, 경찰에 신고하여 조사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범인들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며, 되려 본인이 조심하지 않은 탓 아니냐는 질책을 들어야 했습니다. 열 군데가 넘는 법무법인들에 상담을 구했지만 H캐피탈과 같은 대형 금융회사를 상대로 승소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입니다.
5. 그 와중에 H캐피탈 관계자들은 의뢰인에게 자신들이 작성해 온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하고, 의뢰인이 최대로 상환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 답하라는 등 압박을 계속해왔습니다.
6. A 씨는 마지막으로 법률사무소 에이엘의 카카오톡 채널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부주의를 자책하며 자기 또한 사기범의 공범으로 몰리는 것 아닌지, H캐피탈에 일부라도 변제하겠다고 하여 조금이나마 채무 감면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7. 대형로펌 금융팀 및 투자회사, 증권회사 등 경력을 가지고, 다방면의 금융 관련 소송·자문을 해왔던 법률사무소 AL의 변호사들은 A 씨와의 상담과정에서 H캐피탈의 대출절차가 다른 금융회사의 것보다 훨씬 허술하다는 것을 간파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H캐피탈이 채무이행소송을 걸어오기 전에 A 씨가 역으로 H캐피탈을 상대로 자신의 대출금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받는 소송, 즉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
2
소송 진행 과정
8. 이어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법률사무소 에이엘은 이 사건 대출계약은 원고(A 씨)가 체결한 것이 아니라 피싱범들이 권한 없이 원고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한 것이고, 피고(H캐피탈)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금융실명법 등 관련 법령에서 규율하는 본인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출계약은 원고에게 대하여 효력이 미치지 않으며,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출금 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9. 이에 피고는 이 사건 대출계약은 일반적인 대출거래(여신거래)로 금융실명법 등의 규율대상이 아니므로, 피고에게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본인확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피고는 ① 이 사건 대출 계약 당시 신용정보조회 및 대출 신청은 모두 원고 명의의 휴대폰 번호를 통해 이루어졌고, ② 피고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원고의 운전면허증 정보 및 원고 명의의 계좌번호를 확인하였으며, ③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인증절차를 거치는 등 다중의 본인확인절차를 거쳤는 바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의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의 효력은 원고에게 미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0. 이에 대응하여 법률사무소 AL은 전자문서법, 전자금융거래법, 금융실명법 등의 관련 법령, 최근의 판례 동향, 금융위원회 등의 유권해석, 금융회사의 통상적인 실무례를 근거로 금융회사는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시 엄격한 본인확인의무를 부담하며, 이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금융실명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H캐피탈은 단순히 운전면허증에 기재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한 것에 불과하고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직접 운전면허증을 촬영하도록 하거나 그 사진 등을 제출하도록 한 것이 아니며, 통상 금융회사의 계좌를 통한 본인확인은 금융회사가 소액이체 등의 방식을 통해 인증번호 등을 전송하여 고객이 이를 입력하는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H캐피탈은 단순히 피싱범들로 하여금 원고 명의 계좌번호를 입력하도록 한 것에 그쳤는 바, H캐피탈이 한 조치들은 법리적으로는 물론 통상적인 금융실무 관행에 비추어 보더라도 제대로 된 본인확인절차라고 볼 수 없고, 나머지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이 사건 대출계약에 필요한 본인확인조치를 충분히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1. 게다가, ① 이 사건 계약에 사용된 원고의 핸드폰과 계좌는 모두 같은 날 개설된 것들인 점, ② 피고는 원고와 과거 차량할부거래를 한 바 있어 원고의 기존 연락처와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피싱범들이 제공한 개인정보와 대조해보지 않은 점, ③ 피싱범들의 대출 신청 이후 불과 15분 뒤에 바로 대출금을 송금된 점, ④ 원고의 명의로 20여개가 넘는 업체에 대출신청이 이루어졌는데, 실제 대출을 승인한 업체는 피고가 유일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있어 대형 금융회사로서 마땅히 준수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2. 법원은 이러한 법률사무소 AL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대출계약에 의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하는 전부승소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로써 원고는 피싱사기범들에 의한 1억 원의 대출금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3
쟁점 및 판시
13.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와 관련하여 우리 법은 원칙적으로 대출신청서 등의 전자문서를 작성자가 송신한 것으로 보아 그 법적 효력을 명의자에게 귀속시키되,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지 하지 아니하여 명의자에게 무효로 하는 등의 법적 장치를 통해 작성명의자의 피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14. 법률사무소 AL은 위 금융기관의 본인확인의무와 관련하여 제시한 판단기준은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인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이었습니다. 그리고 피고의 조치들이 위 판단기준에 비추어 왜 적절한 조치가 될 수 없는지를 논리적으로 주장·입증한 결과, 법원은 법률사무소 에이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
4
사건의 의의
15. 어플리케이션 등의 발전으로 금융거래의 상당수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은행에 가지 않고도 간편하고 신속하게 다양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그와 관련된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피해자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송금을 유도하는 고전적인 수법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도용하여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편취하는 이른바 ‘비대면 대출사기’의 피해 사례가 엄청나게 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16.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비대면 금융거래에서의 본인확인절차에 관한 금융기관의 실무 관행은 어느 정도 정착하였으나, 대법원 판례 등 관련 법리가 아직 확립되지 않아 하급심 법원마다 제각각의 결론을 내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17. 따라서 위와 같은 사건에서는 소송대리인은 법원이 판단기준으로 할 수 있는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에서의 최신 법리와 금융기관의 통상적인 실무관행을 제시하고, 금융회사가 취한 본인확인조치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다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형 금융회사를 상대로 그 주의의무 위반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8. 또한 금융사기 사건은 사기의 유형 및 방법, 피해 금액, 진행경과 등에 따라 피해회복 가능성, 구제방법 등이 모두 다르므로, 섣불리 대응하였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금융회사가 관련되어 있을 경우, 금융회사 관계자가 형사 고발 운운하며 채무 일부를 면제해 주겠다는 등 여러 방법으로 회유와 압박을 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추후 소송을 위한 채증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섣불리 응하면 추후 소송에서 자신의 채무를 승인했다는 정황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19. 결국 위와 같은 금융 사건은 금융법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피해 직후부터 소송외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소송 과정에서도 관련 법리와 실무 관행을 기초로 법원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결국 금융 관련 법리와 실무에 모두 능통한 대리인의 역량에 달린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